현무암의 강’ 품은 고성 운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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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 운봉리 용천사 쪽에서 바라본 운봉산 정상
▲ 고성 운봉리 용천사 쪽에서 바라본 운봉산 정상

각양각색 매력을 품고 있는 운봉산이 변화무쌍한 상황에 직면한 모습은 개발과 보전 사이에서 갈등하는 오늘날 고성지역의 현실과 닮았다.운봉산은 토성면 운봉리와 학야리에 걸쳐있는 산이다.산의 높이는 해발 285m이다.솥뚜껑 모양의 산에는 현무암의 강이 위태롭게 흐른다.

▲ 고성 운봉산의 2020년 가을 풍경.산의 동북쪽으로 너른 평야가 펼쳐져 있다.
▲ 고성 운봉산의 2020년 가을 풍경.산의 동북쪽으로 너른 평야가 펼쳐져 있다.

# 구름띠가 남에서 북으로 흐르면

산의 옛 이름은 ‘정산(鼎山)’이다.밀물과 썰물이 있던 먼 옛날 바닷물이 들어와 찼을 때 그 생김새가 솥을 엎어놓는 것 같은 정산 위에 사람들이 올라가 살았다고 한다.김광섭 향토사학자는 ‘은봉산(銀峰山)’이라 칭한 기록도 있다고 했다.

황기중 운봉리 이장은 “청명한 날 구름띠가 남쪽에서 북쪽으로 산허리를 휘감아돌면 반드시 얼마가지 않아 비가 내렸다”고 말했다.또 맑은 날에도 산에서 부엉이가 울면 3일 안에 비가 왔다.또 삼월삼짓날,오월단옷날,칠월칠석날 같은 ‘이름가진날’에 무녀들이 정성을 드리면서 꽹과리를 치면 산에 스민 쇳소리를 씻어내기 위해 비가 내렸다고 한다.‘솥뚜껑산’은 천수답에 벼를 심어놓고 비를 기다리면서 하늘만 바라보던 예전 들녘의 농민들을 위해 단비를 불러왔다.

▲ 학야리 쪽 고성 운봉산 입구
▲ 학야리 쪽 고성 운봉산 입구

금강·설악줄기가 산맥으로 흐르다 폴짝 뛴 듯 너른 들판에 앉은 산이라 산정상에 오르면 설악산과 백두대간은 물론 동해바다까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조망된다.동해 바다에서도 운봉산은 잘 보였다.바다에서 본 설악산 줄기는 시커멓게 가물거렸다.나침반이 없던 시절 고기떼를 찾아 먼바다에 나갔던 어민들이 배는 고픈데 가도가도 육지는 나타나지 않아 지칠 때쯤 뾰족하게 운봉산이 보이면 그곳을 좌표 삼아 거진,아야진,속진(束津·현 속초) 등으로 방향을 틀었고 힘을 내 노를 저었다.은빛구름띠를 두른 운봉산은 많은 동해안 어민들의 생명을 살렸다.

▲ 고성 운봉산 정상 표지석과 강철 태극기
▲ 고성 운봉산 정상 표지석과 강철 태극기

# 산꼭대기에서 만나는 ‘강철 태극기’

운봉산은 화산폭발로 생겨났다.주민들은 과거에는 산정상에 약 3m 깊이의 분화구가 있었으나 군부대가 헬기장으로 쓰기 위해 평탄하게 만들었다고 증언했다.평평한 정상부 북쪽 귀퉁이에 2014년 9월에 세워진 정상 표지석 옆으로 높이 4m의 깃대에 강철로 만든 태극기가 펄럭이는 모양으로 달려있다.7년전에 단 태극기를 단 한 번도 갈지 않았다.그 이전에는 2009년부터 4년간 정상 동쪽 사면에서 왕대나무 깃대에 달린 태극기가 펄럭였다.당시에는 천태극기가 바람에 헤어지므로 황기중 이장이 1년에 다섯번 씩 산에 올라 태극기를 바꿔달았다.

▲ 고성 토성면 운봉리에 소재한 숭모공원에서 매일 태극기 50여개가 펄럭이고 있다.뒤편이 보이는 산이 운봉산이다.
▲ 고성 토성면 운봉리에 소재한 숭모공원에서 매일 태극기 50여개가 펄럭이고 있다.뒤편이 보이는 산이 운봉산이다.

산꼭대기에만 태극기가 있는 게 아니다.산아래 동네인 운봉리의 경우 전국적으로 명성이 높은 ‘태극기마을’이다.운봉리 모든 세대(70여 가구)가 매일 태극기를 게양하고 있으며 숭모공원에는 50여개의 태극기가 날마다 펄럭인다.공원에는 3·1운동 직후 조직된 대한독립애국단 강원도단(철원애국단)에 가입해 활동한 이근옥·김연수·문명섭(운봉리),김형석(아야진리),이석규(백촌리) 독립운동가의 뜻을 기리기 위한 숭모비가 있다.

▲ 고성 운봉산의 2020년 가을 풍경.운봉산 남서쪽으로 2020년 도원산불 흔적이 선명하다.
▲ 고성 운봉산의 2020년 가을 풍경.운봉산 남서쪽으로 2020년 도원산불 흔적이 선명하다.

2000년 산불에 운봉산 대부분이 탔다.산불 직후 복구과정에서 주민들은 철쭉·영산홍 등을 산에 심어 봄이면 온세상이 환해지는 꽃동산을 만들자고 제안했다.동해바다를 굽어보는 망루를 만들자고도 했다.그러나 절호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황기중 이장은 “당시 재난복구비가 천문학적으로 뿌려지는 것을 기회 삼아,산에 ‘회초리 같은 묘목’를 심는 것보다 자연이 치유하게 두되 상춘객을 유혹하는 봄꽃나무 군락을 산 곳곳에 만들자고 제안했는데 실현되지 못해 아쉽다”며“등산로 닦는데 5년,정상 표지석 세우는데 3년이나 걸렸다.14년째 마을 이장으로 활동하면서 공직자들이 변해야 나라가 발전하고 산도 더 아름다워진다는 점을 절실하게 깨달았다”고 밝혔다.

#신성한 돌의 강

운봉산은 높지 않아서 운봉리 쪽에서 오르든 학야리 쪽에서 들어가든 산행시간은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학야리 율곡마을 옆으로 진입하면 광산업체가 현무암(광석) 채굴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황톳길이 보인다.조금 오르다가 작은 샛길로 방향을 틀어 들어가면 별천지가 나타난다.웅장한 ‘현무암의 강’이다.산의 서쪽 사면을 장식한 운봉산 최대의 현무암 너덜지대다.

▲ 고성 운봉산 현무암 너덜지대
▲ 고성 운봉산 현무암 너덜지대

이런 ‘현무암의 강’은 산의 서쪽과 북쪽 곳곳에 있다.산밑 마을의 주민들은 신성하다고 여겨 집어오지 않는 돌들이다.

강원평화지역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고성 제3기 현무암지대’.750만년 전 깊은 땅속에서 만들어진 용암이 분출해 화산체를 만들었다.화산체의 현무암은 주상절리를 형성했고 풍화작용이 지속됨에 따라 현무암 속살이 화강암 위에 쐐기형태로 남고 무너진 현무암은 기둥모양의 돌이 부러져 흐르는 테일러스(너덜지대)를 만들었다.직경 30~40㎝인 육각 주상절리가 1m 안팎의 크기로 깨져 쌓인 모습은 몽당연필이 쌓인 듯하다.비 온 뒤 너덜지대 밑으로 물 흐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주민들은 “이 돌은 ‘서둑돌’이라 부른다”며“철분 같은 귀한 성분이 들어있는지 화강암 등 일반돌에 비해 1.5배 무겁다”고 했다.
 

▲ 고성 운봉산 현무암 너덜지대
▲ 고성 운봉산 현무암 너덜지대

# ‘희토류’품은 고성 현무암,실려나가다

지난 2월 운봉산 북쪽 사면인 토성면 운봉리 산66-1번지 노천에서 채취된 100t의 고성 현무암 원석이 전남 영광군 영광읍 신하리 154-4번지에서 발견됐다.광산업체가 반출해 간 것이다.광산업체는 채굴된 원석 형태의 광물을 건축자재 등으로 판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운봉산 일대는 2007년 ‘장석’ 광물 채굴을 위한 광업권이 설정됐다.광구면적은 67㏊이다.강원도는 2010년 12월13일 채굴계획인가를 해줬다.2015년 4월 ‘장석+희토류’로 광물종류명이 바뀌어 등록됐다.같은해 8월18일부터 ‘ㄱ신소재연구소’로 광업권이 명의 이전돼 현재 개발 중이다.광석채굴을 위한 산지일시사용허가·신고의 면적은 채굴·폐석장 2494㎡,진입로 1725㎡ 등 4219㎡이다.

▲ 고성 운봉산 현무암 너덜지대
▲ 고성 운봉산 현무암 너덜지대
▲ 고성 운봉산 현무암 너덜지대
▲ 고성 운봉산 현무암 너덜지대

희토류를 함유하고 있는 현무암이 지표에 ‘애추(사면 아래로 떨어진 다양한 크기의 암석 조각이 퇴적된 반원추형 지형)상태’를 이루고 있어 노천채광법으로 매월 100t씩 채굴해 수선·파쇄처리(위탁)해 수출·수요처납품 등을 하되 장기적으로 자체 파쇄시설을 설치한다는 내용이었다.

운봉산 현무암의 반출실태를 확인한 고성군은 최근 ‘토성광산 광석채굴·반출에 따른 산업부의 유권해석 안내’를 광산업체에 보내 “광물이 함유된 토석을 광업 외의 용도로 사용·판매하기 위해 채굴하는 경우는 토석채취허가를,골재 용도로 채취할 경우 골재채취허가를 받아야 한다”며“채굴된 희토류광석을 원형 그대로 판매할 경우 ‘광물을 선광 또는 제련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전문업체에만 가능하고,일반사업자(건축용·석재용 등)에 판매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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